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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뿌리 부부’는 손해 … “이혼 안 해도 재산 중간정산하자”
작성일 : 15-06-04 11:5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58  
 

이혼 땐 재산 절반, 상속 땐 몫 줄어
“민법이 파경 부추겨” 개정 요구 늘어
자녀들 생각해 갈라설 수 없는데
남편이 돈 다 갖고 안 줘도 손 못 써          

재혼 가정에서 태어난 40대 남성 A씨는 최근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수십억원대 유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장례를 치른 후 A씨 앞에 배다른 형제 3명이 나타나 자신들의 몫을 요구한 것이다. 법대로라면 유산은 A씨와 그의 어머니, 이복 형제 3명 등 5명이 나눠야 한다. A씨는 “어머니가 40년 전 맨주먹으로 장사를 시작해 함께 모은 재산인데 공동 상속하는 건 억울하다”며 변호사를 찾았다. 그는 “오랜 투병기간 아버지 문병 한 번 오지 않은 형제들과 재산을 나누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60대 여성 B씨는 남편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녀 셋을 키웠다. 자녀들을 결혼시키느라 남편 명의로 된 집 한 채만 남은 상태다. 그런데 최근 자식들이 돌아가며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B씨는 “처음 몇 번은 도와줬지만 우리도 생활이 어려워 거절했더니 둘째는 아예 발길을 끊었다. 남편이 먼저 죽으면 내겐 전세 얻을 돈도 남지 않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혼하기로 했을 때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에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될 경우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법 체계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혼 중에도 ‘부부간 중간정산’을 통해 재산을 나눌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A씨 어머니가 남편 사망 전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했다면 재산 중 절반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40년간 함께 장사해 온 점 등이 참작되기 때문이다. 남편이 숨진 지금은 자신이 기여한 몫까지 다른 4명과 나눠야 한다. 재산분할에 있어서는 이혼한 배우자가 끝까지 곁을 지킨 배우자보다 이득을 본다는 모순에 부닥치는 것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법률구조1부장은 “최근 공동명의로 된 재산이 없고 한 쪽이 경제권을 독점하고 있어 불만이라는 상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혼인 중 재산분할 규정이 없어 이혼할 필요가 없는 부부의 이혼까지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45년간 전업주부로 가족을 뒷바라지해 온 60대 후반의 여성 C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C씨는 가정법률상담소를 찾아 “평생 생활비를 타 썼는데 아직도 남편이 한 달 80만원을 주는 것 외엔 어디에 무슨 재산이 있는지 얘기해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늘 빈손이라 내가 사람 구실을 못한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자식들을 생각해 이혼하고 싶진 않은데 다른 방법이 없다면 이혼까지 감수하겠다”고 했다. 가사도우미와 우유배달을 하면서 딸 둘을 키운 50대 여성 D씨도 “남편의 경제적 횡포가 심해 견디기 힘들다”며 “남편이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할 방법이 없느냐”고 했다.

‘혼인 중 재산분할 청구’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으로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혼 가정 증가로 가족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상속 분쟁이 빈번해졌다. 아울러 상속 과정에서 자녀들과 재산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는 데다 자녀들의 부양 책임감까지 희미해지고 있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혼하는 경우와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되는 경우 받는 돈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되는 경우에도 부부 공동재산의 분할(청산)이 가능하게 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실제로 해외에선 상속에서 생존 배우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스위스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부부간 정산이 끝난 뒤에 자녀 상속이 시작된다. 스웨덴에선 부모가 유산을 남기더라도 생존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야 자녀들이 상속분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출처 중앙일보 2015. 5. 27.

 
   

어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