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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사건, '유책주의' '파탄주의' 끝나지 않은 논쟁
작성일 : 14-06-13 00:3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344  
 
가정의 달 맞아 재조명되는 '이혼법' 숙제

‘유책주의’를 깨기 위한 ‘파탄주의’의 끊임없는 도전. 이혼원인을 두고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벌이는 세 싸움에 대한 단적인 표현이다. 우리 이혼법에 있어 영원한 숙제인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의 대립이 5월 가정을 달을 맞아 재조명되고 있다.

대법원, 유책주의 고수… 극히 예외적 경우만 파탄주의 인정
“행복 추구권 침해 우려” “이혼만이 능사 아냐” 대립 팽팽
가정해체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고려 적절한 대안 모색을

우리 민법은 이혼을 ‘협의 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구별하고 있다. 협의 이혼은 사적자치에 따라 부부가 합의하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재판상 이혼이다. 민법 제840조는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한 때’ 등 5가지를 이혼 사유로 정하고 이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유가 있더라도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2009므844등).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다”고 해 파탄주의 요소도 가미하고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1970년 남편 A씨와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둔 주부 B씨는 결혼 직후부터 시작된 시부모와의 갈등과 어려운 경제 형편 등으로 불화를 겪다 1977년 가출해 혼자 생활했다. 그러다 1984년 C씨를 만나 살림을 차리고 아들을 출산했다. B씨는 어린 아들과 새로운 가정을 위해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지만 결국 이혼하지 못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유책배우자(B씨)의 이혼청구라도 부부의 별거가 쌍방의 연령 및 동거 기간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장기간에 이르고 상대방이 이혼으로 인하여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받아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와의 실질적인 결혼생활이 7년 정도에 불과한 반면 B씨가 20년 넘게 C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자녀까지 낳은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와의 기존 부부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이혼하게 해주는 것이 마땅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남편 A씨가 아내인 B씨와의 재결합을 희망하고 있어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만 의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B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혼인관계의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도 이혼청구를 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며 파기환송했다(2004므1033).

◇‘행복추구권 침해’, ‘사회적 약자 보호’ 논란= 박소현 법무법인 법흥 대표변호사는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던 때에는 유책주의가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를 쫓아내는 ‘축출이혼’을 막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산업화 등으로 여성의 지위가 공고해지고 있는 현재에는 오히려 가정이나 혼인생활에 있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며 “유책주의로 인해 형해화된 혼인관계를 지속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와 법제도가 사실상 중혼을 조장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책주의는 상대방이 혼인의 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재판상 이혼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의 잘못을 들춰내 공격하고 비난하는데 온 힘을 쏟게 만들어 분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서로 극한의 감정 대립을 보이다가 이혼청구가 기각되면 부부는 물론 이를 지켜본 자녀들까지 이전보다 더 악화된 상황에서 가정생활을 계속하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탄주의 도입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많다. 가족법 전문가인 우병창 숙명여대 교수는 “이혼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며 “특히 서민의 경우 얼마 안 되는 재산을 분할하고, 양육비 부담까지 지게 되면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 사례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결국 모두가 불행에 빠지게 된다.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이들 가정을 지원해야하는 정부는 정부대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유책주의가 예전에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50~60대 남성을 위한 보호 기능도 하고 있다”며 “일밖에 모르며 성실하게 살아왔던 중년층들이 느닷없는 부인의 이혼 얘기에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로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3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8년 11만6997건(협의 이혼 9만4533건, 재판상 이혼 2만2464건)이던 이혼 건수가 2012년에는 11만4781건(〃9만2331건, 〃2만2450건)으로 2%가량 감소했지만, 20년 이상 동거한 중·장년층 부부의 이혼 건수는 같은 5년 동안 2만6942건에서 3만234건으로 11% 늘어 ‘황혼 이혼’이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파탄주의 예외 인정 폭 늘리고 제3의 길 찾아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법조계에서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두 가지 입장이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가족법학회장인 신영호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관계 회복이 불가능한 혼인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 만큼 법원이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폭을 넓히는 것도 방법”이라며 “장기간 별거를 했다든지 아니면 부부가 정상적인 관계 회복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든지 하는 요소들이 있다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독일처럼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권을 인정하되 이혼이 상대방에게 심히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이혼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가혹 조항’을 두거나, 혼인 생활의 파탄을 추정하는 요소로 3년, 5년 등의 별거기간을 이혼사유로 추가하는 것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미혼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결혼생활에 대한 바람직한 가치관을 갖게 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우 교수는 “결혼과 가정을 주제로 대학에 교양 과목 등을 개설해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출처 법률신문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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