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인지판결 확정 전의 과거 양육비(대법원 2023. 10. 31.자 2023스643 결정)
[결정 요지]
혼인외 출생자의 양육자는 친생부를 상대로 인지판결의 확정 전에 발생한 과거 양육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해설]
대상결정의 쟁점은 혼외자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 발생시기가 언제인지, 그에 따른 과거 양육비 청구를 인정할 것인지이다.
필리핀 국적의 청구인이 한국 국적의 상대방과 교제 중 사건본인을 출산하였고, 그 후 필리핀으로 가서 홀로 사건본인을 양육한 사안에서, 원심은 부모의 법률상 부양의무의 발생시기를 인지판결 확정시로 보았다.
그러나 대상결정은, 부모의 법률상 부양의무는 인지판결의 확정으로 현실화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확정된 인지판결의 효력은 그 자의 출생 시로 소급하므로(민법 제860조), 혼인외 출생자의 양육자는 인지판결의 확정 전에 발생한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6. 양친자관계 해소 목적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의 기판력(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1므13354 판결)
[사안과 재판의 경과]
망인 부부는 1962년경 집 앞에 버려진 갑을 친생자로 출생신고하였다. 그후 망인과 갑 사이에 1976년경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되었다. 갑은 망인이 2019년 사망하자 검사를 상대로 양친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인용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이를 다투는 재심재판에서 원심은 망인과 갑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의 기판력은 양친자관계의 존부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판결 요지]
당사자가 입양의 의사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여 입양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되었다면 확정일 이후부터는 더 이상 양친자관계의 존재를 주장할 수 없다.
[해설]
입양의 성립 요건이 모두 구비되어 친생자 출생신고로써 법률상의 친자관계인 양친자관계가 형성되어있다면 그 출생신고는 양친자관계를 공시하는 입양신고의 기능을 하므로(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4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파양에 의하여 그 양친자관계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 경우 호적 기재 자체를 말소하여 법률상 친자관계의 존재를 부인하게 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를 제기하면 된다(대법원 2001. 5. 24. 선고 2000므149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리고 위와 같은 양친자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의 인용판결이 확정되면, 확정일 이후부터는 더 이상 양친자관계의 존재를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69442, 69459 판결 참조).
대상판결은 양친자관계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소송에서 양친자관계나 파양 의사의 존재 등에 대하여 실질적인 심리가 이루어졌는지 여부, 그 판결이 친생자 출생신고에 입양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위 77다492 판결) 이전에 선고되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기판력이 미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7. 성년후견인의 처벌불원의사의 대리(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
피고인의 자전거 사고로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피해자의 처가 성년후견인으로서 피고인으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하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
[판결 요지]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처 벌불원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의사를 철회할 수 없다.
이는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에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해설]
반의사불벌죄와 처벌불원의사에 관하여는 기본적으로 형법과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규의 해석과 형사사법의 기능적·절차적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피성년후견인이자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성년후견인이 대리할 수 있는지는 성년후견제도의 본질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의 자기결정권,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대체 가능성 또는 지원·보완 가능성, 피해자의 복리와 보호의 평가 방법, 가정법원의 허가재판 등 후견감독을 통한 본인의 의사결정권 행사의 담보 가능성 등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대법관 5명의 소수의견 사이에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형사소송법적 논증, 처벌불원 규정의 해석 문제, 명문의 규정 불비 문제는 차치하고, 인지능력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나, 용서를 기초로 하는 처벌불원의 의사가 다른 외부적, 객관적 요소로 추단되거나 누군가에 의하여 대체 또는 대행될 수 있는 것인지, 잔존능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의사무능력자의 의사표시에 지원이나 보완이 가능한지, 이를 허용하였을 때 피해자 ‘본인’이 얻거나 보호되는 복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과 함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정해지는 후견인의 권한 범위나 그 권한 행사에 대한 법원의 허가 등 감독기능 역시 성년후견제도의 본질과 법령에 따른 내재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다수의견이 보다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가사법 영역에서도 피성년후견인의 이혼 등 신분행위를 성년후견인이 대리할 수 있는지(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므639 판결 참조) 등 유사한 문제가 있다.
8. 혼인 중의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생부의 출생신고
(헌법재판소 2023._3. 23.자 2021헌마975 결정)
[결정 요지]
혼인 중의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생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출생신고 의무자조항), 제57조 제1항 및 제2항(친생자 출생신고조항, 이하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은 혼인외 출생자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한다.
[해설]
가. 미혼 부(父)의 혼인외 출생자에 대한 친생자 출생신고
혼인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모(母)가 한다(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 가족관계등록법은 생부도 혼인외 출생자에 대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지만, 여러 사유로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거나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에 미혼 부가 출생자 모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는 경우 가정법원의 확인을 통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이른바 ‘사랑이법’)이 신설되었다(2015. 5. 18. 법률 제13285호).
이후 출생등록될 권리의 기본권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미혼 부가 생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도 위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선고되고(대법원 2020. 6. 8. 자 2020스575 결정), 그 취지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법이 개정되는 등 미혼 부의 혼인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규정은 정비되어왔다.
나. 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생부의 출생신고
그런데 출생자의 모가 생부가 아닌 제3자와 혼인관계에 있다면, 출생신고 의무자(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1항)에 해당하는 출생자의 모와 그 남편에게 출생신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출생자는 모의 남편인 제3자의 친생자로 추정되므로(민법 제844조 제1항), 생부로서는 원칙적으로 인지의 효력이 있는 친생자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거쳐 친생자 출생신고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이 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지 못함으로써, 혼인외 출생자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불합치된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개선입법 방안으로 (1) 신고기간 내에 모나 그 남편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생부가 생래적 혈연관계를 소명하여 인지의 효력이 없는 출생신고를 하는 방안과 (2) 출산을 담당한 의료기관 등이 의무적으로 모와 자녀에 관한 정보 등을 출생신고를 담당하는 기관에 통보하여 직권으로 출생신고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다. 대상결정의 의의
대상결정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아동의 기본권임을 재확인하면서 그 근거와 성질을 구체화하였다. 대상결정의 취지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법이 일부 개정되어(2023. 7. 18. 법률 제19547호), 의료기관에 의한 출생사실의 통보 및 직권 출생등록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었다.
한편 일정한 조건 하에 생부의 친생부인권이나 임시출생신고를 인정하는 등 친생추정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