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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9. 가족법
작성일 : 17-10-02 12:1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46  
 
2016년에는 가족법분야의 판례가 많지 않았고, 전년도들에 비하면 크게 쟁점화한 판례도 드물었다. 그러나 가족법분야의 법리를 보다 정치(精緻)하게 하고 실무의 혼선을 정리하며 국민 의식의 변화를 담아내려 한 의미 있는 판결들이 있었다. 중요판례들을 민법전의 체제에 따라 서술했다. 판결의 요지 중 일부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뜻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판결 원문과 달리 기재한 부분이 있음을 미리 밝힌다.
 
작성 : 노정희 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1. 대법원 2016년 2월 18일 선고 2015므654,661 판결: 출산 경력 불고지가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판결의 요지]
 
1. 혼인의 당사자 일방이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것이 상대방의 혼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일률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고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그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이러한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고, 사회통념상 당사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사안의 개요]
한국국적의 원고와 베트남국적의 피고는 국제결혼중개업자의 소개로 혼인했다. 혼인생활중 원고의 계부가 피고를 강간하여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는데, 원고는 위 형사사건의 항소심 진행 중 피고가 혼인 전에 아이를 출산한 적이 있음을 알게 됐다. 원고는 피고가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제1심과 환송 전 원심은 출산경력은 혼인에 관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중대한 고려요소이므로 피고에게 고지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상판결은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 환송했다. 그런데 최근 환송 후 원심은 피고의 임신, 출산의 경위 및 피고와 자녀의 관계가 단절된 경위에 대해 피고의 주장과 일부 다른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원고의 혼인취소청구를 인용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했고, 피고가 재상고하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해설]
민법 제816조 제3호는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를 혼인취소사유의 하나로 규정한다. 통설에 의하면, 사기로 인해 혼인이 취소되기 위해서는 사기로 인해 생긴 착오가 일반적으로 사회생활관계에 비추어 볼 때 혼인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당사자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제도가 혼인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무에서는 ‘상대방 당사자가 이를 알았다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지의 여부’에 판단력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고지의무의 판단요소로 기망사실의 중대성 및 위와 같은 인과관계적 판단 외에 다음의 두 가지를 추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묵비한 사실이 그 사실을 경험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여 고지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이를 고지의무가 부인되는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이에 대해 ‘당사자 일방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보장과 상대방 당사자의 혼인 의사결정의 자유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둘째, 혼인의 취소는 혼인의 효력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인성립 당시의 사유를 들어 이제라도 혼인의 효력을 상실시켜야 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기로 인해 생긴 착오가 혼인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과 유사한 취지이기는 하나 그 판단시점을 현재로 분명히 한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착오의 중대성 또는 인과관계는 누구를 기준으로 어떻게 발견하는가, 법에 의해 고지를 요구받을 때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본질적으로 훼손되는지의 여부 역시 누구를 기준으로 어떻게 발견하는가, 혼인 의사결정의 자유와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보장이 충돌할 때 그 이익은 어떻게 교량할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2. 대법원 2016년 1월 25일자 2015스451 결정: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으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
[결정의 요지]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분배하려는 의도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이므로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해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해석상 당사자 사이에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된 때에는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청구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효력에 관하여,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 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하여 일정한 조건 하에 이를 긍정하여왔다(대법원 2000.10.24. 선고 99다33458 판결 등).  
 
한편,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3.3.25. 선고 2002므1787,1794,1800 판결 등). 대상판결은 사전포기 불허의 근거로,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그 법적 효과로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그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사안처럼 당사자가 장차 협의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하고 이후 약정한 대로 협의이혼을 한 경우가 있다. 이 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한 당사자 간의 합의를, 포기를 내용으로 하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 유효하다고 볼 것인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라고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그 구별기준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결정요지와 같이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실질적으로 진지하게 이루어진 결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면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으로 볼 수 있으나, 그러한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3. 대법원 2016년 4월 22일자 2016으2 결정: 민법 개정 전에 성년을 기준으로 양육비 지급을 명한 경우 그 종료시점   
 
[결정의 요지]
성년에 이르는 연령이 20세에서 19세로 변경된 민법 시행 이전에 장래의 양육비 지급을 명하는 재판이 확정되었으나, 법 시행 당시 사건본인이 성년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 양육비 지급의 종료시점(=사건본인이 19세에 이르기 전날). 
 
[해설]
장래의 양육비 지급을 명한 확정판결이나 조정조서 등의 상당수는 ‘사건본인이 성년이 되기 전날까지’ 등으로 사건본인의 성년을 양육비 지급의 종료시점으로 기재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민법 제4조에 의해 성년 연령이 20세에서 19세로 변경됐다.  
 
그 후 판결 당시에 전제로 하고 있던 성년 연령에 따라 선언된 권리의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판결의 효력에 관한 해석원칙에 부합한다거나, 성년 연령이 20세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판결 등에 그에 해당하는 연월일을 기재한 사안과의 형평을 이유로, 개정 민법 시행 전에 판결 등이 확정된 경우 양육비 지급의 종료시점을 20세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 및 하급심 실무례가 다수 있었다. 대상판결이 근거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아 아쉽지만 실무의 혼선은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4. 대법원 2016년 5월 4일자 2014스122 결정: 상속재산을 구성하던 재산이 처분되거나 멸실·훼손된 경우 상속재산분할의 대상  
 
[결정의 요지]
상속개시 당시에는 상속재산을 구성하던 재산이 그 후 처분되거나 멸실?훼손되는 등으로 상속재산분할 당시 상속재산을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었다면 그 재산은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상속인이 그 대가로 처분대금, 보험금, 보상금 등 대상재산(代償財産)을 취득하게 된 경우에는 그 대상재산이 분할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해설]
상속재산분할심판은 최근 사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분야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상속개시 당시 상속재산으로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이 있었는데 분할 이전에 처분된 경우다. 
 
원래 예금채권 등 가분채권은 상속이 개시됨과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할 귀속되므로 분할심판의 필요가 없다. 그러나 초과특별수익자가 있어 구체적 상속분이 법정상속분과 달라지는 등 가분채권을 분할대상에서 제외하면 형평에 반하게 되는 때에는 가분채권도 분할대상으로 삼는다. 
 
한편 대상판결의 사안처럼 상속개시 당시에는 상속재산을 구성하던 재산이 그 후 처분되거나 멸실?훼손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상판결은 그러한 경우 상속인이 대가로 취득한 대상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상재산은 종래의 상속재산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가 변경된 것에 불과하고, 상속재산분할의 본질이 상속재산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포괄적·종합적으로 파악하여 공동상속인에게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처분되거나 멸실·훼손된 재산은 더 이상 분할 당시 상속재산을 구성하지 않게 되었으므로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사안에서는 예금채권 대신에 그 예금채권에 대한 근질권의 실행에 따라 발생한 구상금채권이나 부당이득반환채권, 공탁에 따른 공탁금출급청구권 등만이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은 내용상으로도 점점 복잡다기해지고 있다. 
 
5. 대법원 2016년 10월 19일 선고 2014다46648 전원합의체 판결: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 
 
[판결의 요지-다수의견]
남한주민과 마찬가지로 북한주민의 경우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민법 제999조 제2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한다. 
 
[사안의 개요]
피상속인의 차남이자 호주상속인이었던 원고의 아버지에 대해 실종선고가 있은 후 피상속인의 남한 내 상속인들은 1978년 상속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원고의 아버지가 북한에서 살다가 2006년에 사망했음이 확인됐다.  
원고는 2007년 탈북한 후 아버지에 대한 실종선고 취소심판을 받고, 상속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제1심은 북한주민 또는 북한주민이었던 사람이 제기하는 상속회복청구사건에서는 민법상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고, 원심은 반대로 원고의 소를 각하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는데,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해설]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은2012년 2월 10일 공포되어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고 있다. 특례법 제11조는 제1항에서 ‘남북이산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은 민법 제999조 제1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특례법의 제정 시 가장 큰 쟁점 중의 하나가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특례를 규정할 것인지 여부였다고 한다. 특례법에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에 관하여는 제척기간의 특례가 규정되어 있는데, 당초 법안에는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관하여도 ‘소의 제기에 장애가 없어지기 전에 민법 제999조 제2항에서 정한 기간이 경과했거나 위 사유가 발생한 날 당시 위 기간이 3년 미만 남아있는 경우에는 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간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특례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소급입법에 의한 남한주민의 재산권 박탈에 해당한다거나, 북한정권에 재산을 몰수당하고 월남해 온 남한주민들에 대한 재산권 보장을 통일 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함께 상호주의 관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결국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 특례규정은 삭제됐다(국회 의안정보시스템, 2011.12.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보고서 중 전문위원 검토의견 등 참조).  
 
다수의견은 법률해석의 한계 및 입법적 처리 필요성을 중시한 반면, 소수의견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헌법 정신과 형평의 원칙, 제척기간에도 최소한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전제가 내재되어 있는 점 등을 들어 남한에 입국한 때부터 3년 내에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러한 논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남북한 주민이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북한주민에 대한 보호와 배려’(소수의견 중 일부)가 이루어지는 데로 한걸음 나아간 것으로 평가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 점에 관해 성숙하고 합리적인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6. 대법원 2016년 12월 29일 선고 2013다73520 판결: 상속포기 신고 후 수리심판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 단순승인이 간주되는지 여부
[판결의 요지]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였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였다면, 이는 상속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이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해설]
법정단순승인을 규정한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 적용된다(대법원 2004.3.12. 선고 2003다63586 판결 참조). 그런데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의 신고를 했으나 아직 이를 수리하는 심판이 있기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경우에는 어떠한가.  
 
원심은, 상속의 포기는 실체법상으로는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므로 포기의 의사를 표시함과 동시에 완성되고 이후의 수리심판은 단순한 절차적 처리에 불과하다거나 규정의 문언을 들어 ‘신고한 때’를 기준으로 법정단순승인 여부를 판단했다.
그러나 민법 및 가사소송법에 의하면 상속포기 수리심판은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재판의 일종이다. 수리심판이 재판인 이상 그 효력은 결정과 이의 송달에 의하여 발생한다. 또한 상속포기심판의 효력 내지 단순승인 간주 여부는 상속채권자뿐 아니라 처분행위의 상대방, 공동상속인 내지 차순위 상속인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획일적으로 처리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포기의 신고가 수리되기 전에는 신고를 취하할 수 있고 각하될 수도 있으므로 이와 같이 유동적인 신고에 처분행위의 효력이나 단순승인 간주의 효력이 좌우되게 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할 수 있다. 대법원은 상속인의 보호보다는 제3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7. 대법원 2016년 5월 24일 선고 2015다250574 판결: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가 상속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  
 
[판결의 요지]
상속재산에 관하여 담보권을 취득하였다는 등 사정이 없는 이상,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는 상속채권자가 상속재산으로부터 채권의 만족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속재산을 고유채권에 대한 책임재산으로 삼아 이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형평의 원칙이나 한정승인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이는 한정승인자의 고유채무가 조세채무인 경우에도 그것이 상속재산 자체에 대하여 부과된 조세나 가산금, 즉 당해세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마찬가지다. 
 
[해설]
한정승인의 효과를 규정한 민법 제1028조에 따라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한 한정승인자의 책임은 상속재산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법원이 한정승인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하고 그 심판이 확정되면 상속채권자는 한정승인자의 고유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 즉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는 상속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가. 이에 관하여는 민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오히려 민법은 제1045조 이하에서 상속재산의 분리제도를 별도로 규정하고,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9조 이하에서는 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속재산의 분리가 명해지거나 상속재산의 파산이 선고되지 않는 한 상속인의 고유채권자를 상속채권자에 비해 불이익하게 취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상속인의 고유채권자의 상속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긍정하는 견해가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배당절차에서는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동순위인 때에는 안분배당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설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이를 긍정하면 한정승인은 일방적으로 상속채권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발생시키는데, 무슨 이유로 상속이라는 사건으로부터 상속채권자가 책임재산을 상실하게 되고 그만큼 상속인의 채권자는 책임재산을 추가하게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김형석, ‘한정승인의 효과로서 발생하는 재산분리의 의미’ 가족법연구 22권 3호)는 견해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형평이 그 주된 근거다. 
 
대법원도 2010년 3월 18일 선고 2007다77781 전원합의체판결 판결에서 상속채권자는 한정승인자의 고유재산에 대하여,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는 상속재산에 대하여 각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형평의 관점에서 정당하다는 점을 긍정하고 있다(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다만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한정승인의 공시방법이 극히 미약한 상태에서 상속채권자의 정당한 이익과 함께 한정승인자의 처분행위와 관련한 거래 안전을 조화시킬 필요가 있으므로, 한정승인자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한 담보권을 취득한 사람과 상속채권자 사이의 우열관계는 민법상의 일반원칙을 따라야 한다, 즉 그러한 경우에는 담보권자가 우선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와 상속채권자가 모두 일반채권자인 경우,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는 상속채권자가 상속재산으로부터 채권의 만족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속재산을 책임재산으로 삼아 강제집행할 수 없다는 일반원칙을 명시했다.
 
8. 대법원 2016년 6월 23일 선고 2015다231511 판결: 유언자의 유언취지의 구수(口授)와 기명날인의 방식
 
[판결의 요지]
1. 공증인이 미리 공정증서의 내용을 기재해 온 다음 이를 낭독했더라도 유언자의 구수내용을 필기하여 낭독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경우 유언자의 유언취지의 구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
 
[해설]
우리 민법상 ‘유언취지의 구수’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과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요건의 하나로 되어 있고, 법률의 문언상 그 의미는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민법 제1068, 1070조). ‘유언취지의 구수’는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법률은 유언취지의 구수가 유언의 때에 이루어지는 것을 예정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많은 경우 공증인이 미리 작성해 온 내용을 유언자에게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법원은 미리 작성된 서면에 의한 질문에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방식은 구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해왔다. 즉, 초안의 내용을 읽어주면서 그대로 유증하겠냐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동작을 한 정도 혹은 응, 어 등으로 대답한 것만으로는 구수라고 할 수 없다. 다만 구수 방식에 위배되어 유언이 무효라고 판단된 사안들은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문제될 정도로 유언자의 의식이 불명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구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진술이 필요한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한다(대법원 2008.2.28. 선고 2005다75019,75026 판결 등). 대법원은 유언자의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공증인이 서면에 따라 유증 대상과 수증자에 관하여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그렇게 하라’고 답변한 사안의 경우 구수요건을 갖추었다고 판시했다(2008.2.28. 선고 2005다75019,75026 판결 등).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느냐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유언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유언의 방식을 둘러싼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민법이 규정한 엄격한 유언방식이 유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해석을 통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지키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으나, 예측가능성을 위하여 유언방식을 정비하고 필요한 부분은 보다 상세한 규정을 두는 입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출처 : 인터넷 법률신문 (2017. 4. 20.입력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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