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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바람핀 남편도 이혼 청구 가능해지나…대법원 50년만에 판례 변경 검토
작성일 : 15-02-27 21:0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894  
 

현재는 유책주의…잘못 있는 배우자는 이혼 청구 못하게 돼 있어
대법원, 이를 파탄주의로 바꾸는 방안 검토하기 위해 전원합의체 회부
이혼 법리 바뀔 가능성 높아 논란 커질 듯

바람 핀 남편이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을까. 부부가 이혼에 합의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판상 이혼 요구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 대법원이 혼인 생활에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有責主義)’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책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이 파탄주의(破綻主義)다. 누가 봐도 부부의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이 난 경우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이혼을 청구할 수 있고 이혼을 인정하는 제도다. 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 일본은 이런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원은 하급심에서 일부 파탄주의를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대법원 판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법관 13명이 바람핀 남편에게도 이혼 요구를 허용할지를 두고 심사숙고에 들어갔다. 대법원은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사건에서 이혼을 허용할지를 판단하기 위해 관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선고 모습.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선고 모습.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은 원칙적으로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하지만, 대법관 4명의 의견이 불일치하거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경우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회부한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게 되고, 대법관 13명의 다수결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내려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대부분 판례 변경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1965년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를 처음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온 판례가 50년 만에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유책주의냐 파탄주의냐는 그동안 이혼법에서 영원한 숙제였다. 우리나라 민법(제840조)은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한 때’ 등 5가지를 이혼 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런 사유가 있더라도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악의적으로 상대 배우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이혼을 거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혼을 인정해왔다.

그동안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여성을 보호하고, 가정 해체를 막기 위해서였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이혼을 요구하는 이른바 축출(逐出) 이혼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유책주의는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았고,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만큼 파탄주의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실질적으로 부부 관계가 파탄 난 지경이고, 더는 부부로 볼 수 없을 정도인데도 법원이 혼인 관계를 지속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부부 관계가 깨져 수년째 별거 생활을 해오고, 다른 사람을 만나 동거하면서 자식까지 낳은 경우에도 이혼을 인정하지 않아 법원이 사실상 중혼(重婚)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서 낳은 자식들은 혼외자(婚外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또 유책주의에서는 이혼 소송 중에 상대 배우자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재판상 이혼청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혼 소송 과정에 상대방의 잘못을 들춰내며 공격하고 비난하는 등 부부 사이 분쟁을 격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방을 물어뜯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다가 이혼 청구가 기각되면 더욱 악화된 부부 관계가 다시 봉합되기도 어렵고, 결국 자녀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이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과거처럼 경제적 약자로서 법적 보호를 필요로하지 않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유책주의가 더는 여성만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에 대해서는 위자료를 청구를 통해 책임 추궁이 가능한데도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혼이 절박한 유책배우자로서는 상대방 요구대로 많은 액수의 위자료를 지급해 협의이혼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바람 핀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는 게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 여전히 유책주의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파탄주의는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가정을 깨는 걸 용인하기 때문에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다”며 “그동안 양육비나 재산분할에서 경제적 약자인 여성에게 유책주의가 버팀목 역할을 해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판례가 파탄주의로 바뀔 경우 반발도 예상된다. 한 중견 변호사는 “워낙 논란이 많은 사안이라 진통이 클 것”이라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1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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