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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法臺)에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작성일 : 13-10-22 22:5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56  
[법대(法臺)에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김정민 판사(서울가정법원) 


‘드단’이 ‘느단’을 낳고, ‘느단’이 성장하여 ‘푸’가 되고, ‘푸’가 중년이 되면‘버’가 되고, ‘버’가 심해지면 ‘고단’이 된다.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도 아니고, 무슨 보물지도를 풀어내는 암호도 아닌데 이게 무슨 말인가.

법정 출입과 사건 기록 보는 일을 일상사로 삼고 있는 법조인들에게조차 생소한 말일지 모르겠다.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드단’은 법원 사건부호로 이혼사건을, ‘느단’은 친권이나 양육 관련 사건을, ‘푸’는 소년보호사건을,‘버’는 가정폭력 관련 사건을, ‘고단’은 형사사건을 뜻한다. 즉 건강한 이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미성년 자녀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치고, 중요한 시기에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자라서 비행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며, 잘못하면 폭력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실패작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다소 과장된 해석이 나온다. 가족관계를 재판의 전제로 하는 가정법원의 역할은 위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단계별로 끊어보고자 노력하는 것인 것 같다.

필자는 이혼사건과 소년사건, 그리고 가정보호사건을 두루 다루면서 첫 단추인 이혼사건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직은 생각과 마음이 열려 있는 ‘푸’단계 역시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마지막 순간일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 인생의 하얀 도화지에 아직은 칠해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10대 소년들이기에 그곳이 되도록 환한 빛깔로 완성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완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쁜 색연필로 빈 공간에 한 줄만 그어줄 수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필자가 재판이라는 것을 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것도 소년법정을 경험한 덕분이다. 다른 재판의 당사자로부터 그런 말이 오고가면 스캔들로 신문에 날 일이 되겠지만, 아이들이 편지에 쓴 하트 표시는 필자에게도 좋은 인연을 선물해준다. 아무리 흔한 말이 사랑이라지만 그런 단어까지 나오자면 물론 특별히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었던 소년들의 경우이다. 보호처분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진심어린 말을 해 주기라도 하면 얼마 후 철이 든 모습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소년도 있다. 사랑과 감사. 잊어버릴만 하면 아이들에게서 이런 마음을 전해듣다 보니 5월, 가정의 달을 맞는 감회가 한결 새롭다.
 
 
자료출처 : 인터넷 법률신문 (2011. 5. 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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