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무효”
재혼가정에서 “이혼하더라도 각자의 재산에 관여하지 않겠다” 즉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혼전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혼하는 부부가 이혼에 대비하는 재산분할을 아예 못하게 하는 계약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각자의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 지내던 A씨와 B씨는 2003년 교제를 시작해 2004년 혼인신고를 하고 동거를 시작했다. A씨에게는 아들 C군이 있었는데, C군은 뇌병변으로 장애등급 4급을 받아 지능이 초등학교 4학년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A씨는 딸로부터 “새엄마가 동생(C)에게 ‘제때 먹지도 않고 씻지도 않아 지저분하고 게으르다’는 험담을 하기도 하고, 동생이 돈을 가져간 것으로 의심하며 경찰서에 데려가겠다고 겁을 주기도 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C군은 2004년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고, 2006년에는 가출해 노숙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뇌경색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
이에 A씨는 C군의 상태가 나빠진 게 B씨의 학대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해 불만을 갖게 됐다.
갈등이 깊어지자 결국 A씨 부부는 서로를 상대로 이혼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제3부(재판장 이수영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남편 A씨와 부인 B씨 간의 이혼 등 청구소송에서 이혼 판결을 내리면서, B씨의 재산분할청구를 받아들여 “A씨는 B씨에게 재산분할로 86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014드합301307)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이혼 본소와 반소를 통해 서로 이혼을 원하고 있으며,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혼을 결정했다. 혼인파탄의 책임은 두 사람 모두에게 동등하게 있다고 봤다.
이 사건은 재산분할이 중요한 문제였다. A씨는 “B씨와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서로 각자의 재산에 대해서는 향후 간섭하지 않기로 약정한 후 혼인신고를 했으므로, B씨는 재산분할청구를 할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설령 원고(A)와 피고(B)가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한다는 약정을 했더라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피고가 아직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한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분할대상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기여 정도,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및 파탄 경위, 원고와 피고의 나이, 직업, 분할대상 재산의 취득시기 및 경위 등을 참작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해야 하는 재산분할금은 86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재산분할 비율을 원고 75%, 피고 25%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