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김주하(42)씨와 남편 강모(44)씨가 최근 11년 결혼생활을 정리했다. 2년 소송 끝에 김씨는 “결혼이 파탄에 이르게 된 책임이 전적으로 남편 강씨에게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강씨는 김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두 자녀 양육권도 김씨에게 넘어갔다. 아들(9)과 딸(4)의 양육비로는 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각각 매달 200만원씩 주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김씨의 완벽한 ‘승리’다.
문제는 재산분할 쪽에서 생겼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의 이혼 소송 승리를 견인한 건 남편이 2009년 8월 작성한 ‘불륜 책임의 각서’였다. 당시 김씨는 남편이 자신과 결혼하기 한 달 전 전처와 이혼했고 결혼 후에도 여러 여성들과 외도를 한 사실을 알게 되자 각서를 받았다. 문서 공증까지 해서다. 각서의 골자는 강씨가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모든 수입과 재산 관리를 아내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집 근처에 내연녀를 두고 생활비를 대준 사실과 다른 여자들과의 불륜, 김씨에 대한 폭행 등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또 “약속된 내용을 어길 경우 모든 재산과 양육권을 아내에게 넘기고 조건 없이 이혼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김씨는 이 각서에 적힌 대로 지난해 9월 서울서부지법 약정금 청구소송 판결에서 남편에게서 3억2700만원의 약정금을 받아냈다. 강씨가 내연녀에게 건넨 선물과 전세금 등 명목이었다.
하지만 각서는 양날의 칼이었다. 강씨의 잘못을 완벽하게 입증함과 동시에 김씨가 2009년부터 부부의 재산 관리를 해왔음을 드러내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각서가 재산분할에선 김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이유다. 각서가 없었다면 부부가 재산 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명확하지 않아 법적 다툼이 길어졌을 수 있다. 김씨는 대부분의 재산이 자신의 명의로 돼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소득 규모가 큰 강씨는 자신의 기여도를 주장하면서 분쟁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 재산분할의 판단 기준은 ▶재산 형성의 기여도 ▶혼인 과정과 기간 ▶각각의 소득 ▶혼인 기간 중 지출의 양상 등이다. 현재 김씨 명의로 된 재산은 총 27억원. 시가 8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 보증금(약 6억원) 등 부동산, 호텔 회원권, 각종 보험금·예금 등이다. 미국 국적의 강씨 국내 재산은 4억원 남짓이다. 법원은 두 사람의 총재산 31억원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보고 김씨가 45%, 강씨가 55%를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남편에게 13억5000만원을 줘야 한다.
외국계 금융회사 임원인 강씨는 매달 2000여만원의 급여를 받아왔다. 매년 3억~4억원의 인센티브도 받았다. 반면 김씨의 연봉은 1억원 정도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에 근거해 “공증 각서 약속 내용에 따라 김씨가 모든 재산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현재 김씨 명의로 된 재산도 공동 재산”이라고 판단했다.
외국계 금융회사 임원인 강씨는 매달 2000여만원의 급여를 받아왔다. 매년 3억~4억원의 인센티브도 받았다. 반면 김씨의 연봉은 1억원 정도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에 근거해 “공증 각서 약속 내용에 따라 김씨가 모든 재산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현재 김씨 명의로 된 재산도 공동 재산”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