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에 명확한 주소를 쓰지 않고 동까지만 썼다면 유언의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윤모씨가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소송 상고심(2012다71688)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민법 제1066조1항의 규정에 따라 유언자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자서하고 날인해야만 효력이 있고, 자서가 필요한 주소는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해 등록된 곳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으로서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춰야 한다"며 "설령 망인이 암사동 주소지에서 거주했다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망인이 유언장에 기재한 '암사동에서'라는 부분을 다른 주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춘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을 기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유언장은 주소의 자서가 누락되어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씨와 김씨는 모친은 같지만 부친이 다른 이성동복 남매다. 두 사람의 모친인 배모씨는 2005년 11월 '모든 재산을 아들인 윤씨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긴 뒤 2008년 사망했다. 배씨는 유언장에 작성연원일과 주민등록번호, 이름을 쓴 뒤 날인했고, 그 옆에 명확한 주소를 쓰지 않은 채 '암사동에서'라고 기재했다.
윤씨와 김씨는 2007년 1월 '배씨가 사망할 경우 김씨는 배씨의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와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전부 포기한다. 그 대가로 윤씨는 45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윤씨는 이후 김씨에게 45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김씨는 2009년 9월 상속을 이유로 부동산의 지분을 윤씨와 2분의 1씩 공유하는 것으로 지분이전등기를 마쳤다. 윤씨는 이에 소송을 냈다.
1·2심은 "배씨의 주된 생활 근거지는 윤씨가 거주하던 암사동으로 보이고, 유언장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돼 있어 유언장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법률신문 201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