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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본 약혼이란..
작성일 : 14-12-09 13:1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45  
“우린 결혼을 약속했잖아.” “그건 당신 생각이고….”

 남녀관계가 깨질 때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억울하다면 민법 규정에 따라 약혼으로 인한 비용과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약혼과 일반적인 교제의 경계가 모호해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라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가정법원이 최근 펴낸 약혼 사건 판결 실무보고서를 통해 ‘약혼의 조건’을 따져보자.


 ◆임신이나 출산을 했다면=남자 쪽 어머니의 반대에도 꿋꿋이 만남을 이어온 커플이 있다. 성관계까지 했던 남성이 이별을 통보하자 여성이 소송을 냈다. 법원은 약혼 상태가 아니라고 봤다. “성관계만으로는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혼인의 약속인 약혼이 성립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임신이나 출산을 했다고 해도 같은 이유에서 약혼이 성립된 것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아기를 낳으면 당연히 결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법적 효력이 없다. 법원은 친권자·양육자 지정을 하면서도 “성인 남녀의 교제일 뿐 약혼으로 볼 순 없다”는 입장이다. 혼인빙자간음죄는 200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돼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장기간 동거했다면=한 여성이 4년간 남성이 얻어준 집에 살면서 아이를 낳고 매달 100만원씩 양육비를 받아왔다. 줄곧 같이 지내진 않았지만 “아내와 이혼하고 신변을 정리하겠다”는 남성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남성이 갑자기 부인에게 돌아갔다. 여성이 낸 소송에서 법원은 “기간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초기엔 결혼할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약혼이 성립된 것으로 인정했다.

 ◆반지나 명품을 주고받았다면=약혼은 특정한 물건이나 신고 절차가 필요한 계약이 아니다. 따라서 반지나 시계,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은 것만으로는 약혼으로 보기에 한계가 있다. 다만 혼수품 구입 등은 결혼 준비에 해당해 약혼 성립의 근거로 판단할 수 있다.

 ◆상견례를 했다면=법원은 남녀가 양쪽 부모를 함께 불러 서로 소개해준 경우 대체로 약혼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한다. 꼭 ‘상견례’라고 부르지 않더라도 약혼의 절차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가족을 소개하는 행위를 ‘결혼에 대한 강한 의사표시’로 판단하는 것이다.

 ◆기혼자가 약혼을 했다면=▶결혼식장 예약 ▶신혼여행지 조사 ▶혼수품 구입 등 결혼을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 약혼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미 약혼을 한 사람의 이중(二重) 약혼, 혼인 상태에 있는 사람의 약혼은 원칙적으로 무효다.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혼인관계를 정리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결혼 다짐의 경우 약혼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손해배상 범위는=정당한 이유 없이 약혼을 깼다는 점이 인정되면 당사자와 부모 등이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함값이나 부동산 중개료 등 직접 준비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데이트 비용이나 마사지 비용, 신부 아버지 가발 비용은 받아내기 어렵다. 위자료는 대체로 1000만~2000만원 선이다. 

출처 : 중앙일보 201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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