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와 자녀의 사교육비로 한달에 2천500만원 이상 지출하는 등 이른바 '과소비'를 한 아내와 이를 질책하면서 폭력을 휘두른 남편 가운데 누구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을까?
법원은 남편의 잘못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부산가정법원 1부(김문희 부장판사)는 A(41·여)씨와 B(58)씨 부부가 청구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25일 두 사람은 이혼하고, 남편 B씨가 아내 A씨에게 위자료로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문제에 대해선 채무를 공제한 부부의 순재산 30여억원을 7(남편)대 3(아내)의 비율로 나누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자녀 두 명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A씨를 지정했다.
두 사람은 2003년 말께 우연히 만나 교제를 시작했고, 2005년에 결혼했다.
남편 B씨는 2012년 10월 우연히 집에서 아내 A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다.
B씨는 아내가 한달에 신용카드로 1천만원을 지출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B씨는 그 무렵부터 과소비를 문제 삼으면서 A씨가 갖고 있던 신용카드를 몰수하고 직접 금전관리를 시작했다.
B씨는 회사 매출이 20억원에 가까워 결혼 후에 상당한 재산이 모였을 것으로 기대했다.
재산현황 파악에 나선 B씨는 크게 실망했다.
부부 앞으로 10억원이 넘는 보험에 가입하고, 부동산 취득 등과 관련해 금융기관과 보험회사에서 20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받아 이자로만 월 1천만원 이상 지출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자녀 두 명의 교육비로 월 1천500만원 이상 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상당한 돈을 저축했을 것으로 기대한 B씨는 재산이 자신의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크게 실망, 자주 술을 마시고 새벽에 귀가하면서 아내를 비난하고 원망했다.
B씨는 2013년 1월 A씨의 알몸을 카메라로 촬영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B씨는 한달 뒤 협의이혼재판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골프채로 A씨를 위협하면서 3시간가량 폭언과 폭행을 가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A씨는 폭행당한 다음 날 집을 나와 별거하며 이혼소송을 냈고, B씨도 이에 맞서는 이혼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가정파탄의 책임과 관련, "A씨가 방만하고 무분별하게 가정경제를 운영한 잘못이 있지만, B씨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가계운영과 재무상황이 어떠한지 충분히 알 수 있어 방만한 가계운영에 대한 잘못이 원고에게만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대화와 설득으로 원만하게 금전관리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원망과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골프채로 아내를 폭행하는 등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해 부부갈등을 봉합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심화시킨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B씨의 잘못이 A씨의 잘못보다 더 크다"고 덧붙였다.
출처 법률신문 201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