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2. 7. 28.자 2022스613 결정 -
1. 사실관계
파산신청을 한 채무자가 파산선고 전 배우자와 협의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았고, 파산선고 후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이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이라는 이유로 전배우자를 상대로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① 제1심은 재산분할청구권이 행사상 일신전속권으로서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하지 않고,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이므로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여 소를 각하하였다. (항고심은 제1심 판결을 인용하여 항고를 기각하였다.)
② 대상판결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청구인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지만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수 없고, 이혼을 한 경우 당사자는 배우자, 자녀 등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산분할청구권 행사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법원은 청산적 요소 뿐만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 등도 고려하여 재산을 분할하게 된다고 설시하면서,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그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재산분할청구권 불행사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하는 사정을 종합하면,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그 행사 여부가 청구인의 인격적 이익을 위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진 권리로서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므로,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없고 파산재단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3. 평석
가. 쟁점
파산선고 전 채무자가 행사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파산재단으로 보아 파산선고 후 파산관재인이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나. 파산재단과 재산분할청구권
① 파산 제도는 채무자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채권 전체의 변제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채권자의 개별적 채권 행사를 금지하고 채무자 재산의 관리처분권을 파산관재인에게 전속하게 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배당함으로써 채권자들 사이의 적정하고 공평한 만족을 도모하고 미변제 잔여 채권에 관하여는 채무자의 책임을 면제하여 채무자에게 경제적 재기와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제도로서, 채권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제도이다.
이러한 파산절차는 파산선고 당시 채무자의 재산인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을 대상으로 하고, 다른 법령상 압류금지재산(법령에 규정된 부양료 등)은 파산재단에서 제외되며, 파산선고 이후 새로이 취득한 재산(신득재산)도 파산재단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파산선고로 계속중인 소송은 중단되며 파산관재인이 수계하여야 하나 파산재단과 관계없는 이혼 기타 신분관계에 관한 소송이나 파산관재인에게 관리처분권이 없는 자유재산에 관한 소송 등은 중단되지 않는다.
한편, 파산선고 전 채무자가 재산을 불이익하게 처분하여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일탈된 재산을 파산재단에 회복하기 위해 파산관재인은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고, 파산선고 전 불이익한 처분, 재산은닉 등을 한 경우 사기파산죄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한다.
②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부부가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은 부부의 공동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어느 일방의 특유재산인 경우에도 각각의 기여 정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 마땅하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의 생계를 보장하여 이혼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데 있다. 이러한 재산분할청구권의 법적성질에 관하여 판례는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에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성격이 가미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재산분할에 관하여 쌍방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고 있고,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그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으나, 심판 등에 의하여 구체적인 금전채권 등으로 변화된 뒤에는 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있다.
다. 검토
파산재단이 파산선고 당시의 재산을 전제로 하고, 파산선고 당시의 재산에 재산적 청구권(채권)이 포함된다. 다만, ① 재산분할청구권은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화되는 채권으로서 파산선고 당시 구체화 되어 있지 않다면, 재산분할청구권의 대상 및 실질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워 파산선고 당시 파산재단을 특정할 수 없어 파산선고 당시의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재산분할 방법이 현물분할 또는 가액분할 등으로 결정될 수 있고, 이 경우 심판결정 등으로 재산분할청구권이 구체화되기 전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어 파산재단을 특정할 수 없다. ② 파산선고 후 재산분할청구를 통해 재산분할청구권이 구체화된 금전채권 등으로 변화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파산선고 이후 취득한 신득재산으로 볼 수 있다. ③ 재산분할청구 자체가 당사자 일방의 청구를 전제로 한 일신전속적 권리이고,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신분관계에 관하여 어떤 권한을 가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재산분할청구권 자체를 대위행사하는 것은 일신전속성에 반한다. ④ 재산분할청구권에는 공동재산의 청산과 이혼 이후의 부양적 성격이 병존하고, 현실적으로 이를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러한 부양적 요소는 파산재단으로 볼 수 없다. 이 점들을 고려하면, 파산선고 당시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파산재단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본다. 한편, 채무자가 파산선고 전 배우자와 이혼하면서 재산분할을 아예 하지 않은 경우 위와 같은 판례법리 등에 비추어 보면 파산재단의 일탈을 전제로 한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도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고, 파산재단의 은닉 또는 불이익한 처분에도 해당하지 않아 면책불허가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채무자와 배우자 소득을 합하여 모든 재산을 배우자 명의로 취득한 뒤 파산선고 전 이혼하면서 재산분할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파산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파산채권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 파산절차에서 파산채권자에게 더욱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재산분할청구를 하여 구체화된 금전채권 등으로 변화된 채권을 가지고 파산선고를 받아 해당 재산을 파산채권 변제재원으로 사용하는 성실한 채무자가 더 불이익한 결과를 얻게 될 수 있어 파산 제도의 취지 및 올바른 정착에 저해가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악용의 우려 등 문제점은 현재의 파산 제도상 부득이한 부분으로서, 취득 자금 증여 등의 부인권 행사 대상 및 기간, 면책불허가 사유의 구체화 등의 입법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 이선호 법률사무소 /이선호 변호사 (인용 : 2024. 7. 8.자 법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