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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 파기환송
작성일 : 13-10-16 23:1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76  
<판결요지> 

남편이 중요한 시험에 낙방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등으로 시련을 겪을 때 처로서는 그러한 남편을 위로하고 정성을 다하여 보호하는 등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지만, 그와 같은 시련은 동시에 가족 모두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가족 전체의 시련이기도 한 만큼 처가 그와 같은 시련에 처한 남편의 상태나 그에 대처하는 남편의 태도가 가족 전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하거나 남편에게 그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는 것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그러한 우려의 표시나 조치의 요구 과정에서 상호 이해의 부족으로 부부 사이에 불화나 갈등이 생기는 것 또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설사 원고의 레지던트 시험 낙방이나 폐결핵으로 인한 와병에 직면하여 취한 피고의 태도에 원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있었고, 그 잘못으로 인하여 부부 사이에 불화와 갈등이 생겼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혼인생활 중 흔히 있을 수 있는 극복되어야 할 장애에 불과한 것이지 그로 인하여 원, 피고 사이에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패소부분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제1심 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원·피고는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2. 2. 22. 결혼식을 올린 후 같은 해 7. 8.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1남 2녀를 출산하였다.

두 사람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원고 아버지 소유의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였는데, 원고가 대학을 마친 후 1987.에 다시 광주 소재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에 편입하여 공부를 계속한 까닭에 원·피고는 신혼 초부터 계속하여 지방에서 의사로 일하던 원고 아버지의 도움으로 생활을 유지하였고, 원고가 광주에서 의대에 다니게 된 후에도 피고는 자녀들의 교육을 이유로 광주행을 거부한 채 서울에 남았다가 원고의 아버지가 1987. 3.경 지방에서 올라와 봉천동에 의원을 개업한 이후로는 병원 위층의 살림집에서 원고의 부모와 함께 잠시 살다가 다시 위 봉천동 집으로 분가하였으며, 1990.에 위 봉천동 집을 팔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재 명수대 현대아파트 1채를 구입하여 이사하였다.

원고는 1992. 2.경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성애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였는데, 이 때도 바쁜 업무 탓에 주로 병원에서 생활하였다. 그러다가 원고는 같은 해 12.경 위 병원 레지던트 시험에 떨어지자 위 병원 원장이 피고의 먼 친척임에도 피고 측의 도움이 부족해 시험에 떨어졌다며 피고에게 화를 내고 술을 마시며 병원 근무를 게을리 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의 부모와 원, 피고의 사이 역시 나빠져 원고의 부모는 1993. 2.경부터 생활비 원조를 중단하였다.

위 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던 원고는 같은 해 6.경 폐결핵에 걸려 병원 근무를 잠시 쉬며 집에서 요양하였으나 이때도 피고와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지냈고, 병이 어느 정도 회복된 같은 해 10.경부터는 위 병원에 다시 근무하면서 집을 나와 병원 기숙사나 위 병원 의사의 집에서 생활하다가 1997. 3.경 전문의자격을 취득하였고, 그 후에는 개인의원인 안산중앙의원에 취업하였다. 그러자 피고와 그 친정식구들은 원고에게 병원을 차려주겠다며 개업할 것을 강권하였으나 원고가 아직 경력을 더 쌓아야 하고 개업보다는 봉급받는 것이 자기의 적성에 맞다는 이유로 개업을 계속 거절하다가 같은 해 6.경 위 의원을 그만두고 자취를 감추자, 당시 원고가 거주하고 있던 위 병원 의사의 집에 원고를 찾으러 왔다가 원고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치로 창문을 부수고 집에 들어가기까지 하였다.

이에 괴로워하던 원고는 적응장애증세로 같은 해 8. 22.경부터 9. 10.경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은 후 같은 해 11.부터 인천적십자병원의 과장으로 취직하여 근무하였고, 한편 이와 같은 원고의 모습에 속이 상한 원고의 누나 부부가 같은 해 8.경 밤중에 피고를 찾아가 말다툼을 벌이던 중 서로 손찌검을 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1998. 3.경 원고와 아무런 상의 없이 위 아파트를 팔고 이사하였고, 같은 달 25.에는 원고의 근무처를 알고 있으면서도 원고가 1997. 10.경 가정불화 등의 이유로 가출하였다고 신고하여 원고의 주민등록을 말소시키기까지 하였다.

나. 원심은 위 인정사실을 토대로 하여, 원고와 피고의 혼인생활은 이제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는데, 그 파탄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와의 불화를 대화와 설득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아니하고 집을 나와 피고를 피해 다니는 등 나약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책임이 있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하지 아니하는 개업을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아파트를 매도하고 이사를 하는 등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함으로써 부부간의 갈등을 대화와 이해로 슬기롭게 풀어가지 못하고 이를 더욱 심화시킨 책임이 있는 등 원·피고 모두에게 그 파탄의 책임이 있으니, 이러한 원· 피고의 행위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2. 가.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89. 6. 27. 선고 88므740 판결, 1993. 4. 23. 선고 92므1078 판결, 1997. 5. 16. 선고 97므15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되는 결합으로서 부부 사이에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민법 제826조 제1항), 혼인생활을 함에 있어서 부부는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고, 혼인생활 중에 그 장애가 되는 여러 사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부부는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일시 부부간의 화합을 저해하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참조).

나.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폐결핵으로 집에서 요양하다가 병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병원에 다시 나가기 시작한 1993. 10.경 느닷없이 피고에게 별거를 선언하고 집을 나온 이래 병원 숙소나 선배 의사의 집에서 계속 기거하면서, 피고의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혼인생활을 계속할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집에 돌아가지 않고 현재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원고는 자신의 그와 같은 행동의 이유로 피고가 자신이 레지던트 시험에 떨어져 술을 마시며 방황할 때 자신을 위로해주기는 커녕 술마시고 돈만 쓴다며 나무라기만 하였다는 점, 자신이 폐결핵으로 집에서 요양중일 때 밥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감염의 우려가 있다며 잠도 따로 자게 하는 등으로 와병중인 자신을 제대로 보살펴주지 아니한 채 오히려 돈벌기 싫어 집에 있는 것이라며 핀잔만 주거나 원고 부모의 시골 땅을 팔아 사채놀이를 하여 생활에 보태자는 등으로 돈에만 관심을 보였다는 점, 원고의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않고 불손한 행동을 거듭하는 한편 원고 아버지 소유의 집을 팔아 구입한 아파트를 함부로 피고 앞으로 등기해버리는 등으로 그 재산만을 탐내어 원고 부모와의 불화를 조장한 점 등을 들고 있다(갑제7호증, 기록 115면).

그러나 남편이 중요한 시험에 낙방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등으로 시련을 겪을 때 처로서는 그러한 남편을 위로하고 정성을 다하여 보호하는 등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지만, 그와 같은 시련은 동시에 가족 모두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가족 전체의 시련이기도 한 만큼 처가 그와 같은 시련에 처한 남편의 상태나 그에 대처하는 남편의 태도가 가족 전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하거나 남편에게 그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는 것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그러한 우려의 표시나 조치의 요구 과정에서 상호 이해의 부족으로 부부 사이에 불화나 갈등이 생기는 것 또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설사 원고의 레지던트 시험 낙방이나 폐결핵으로 인한 와병에 직면하여 취한 피고의 태도에 원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있었고, 그 잘못으로 인하여 부부 사이에 불화와 갈등이 생겼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혼인생활 중 흔히 있을 수 있는 극복되어야 할 장애에 불과한 것이지 그로 인하여 원, 피고 사이의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하한편, 원고는 피고의 시부모에 대한 불손한 행동과 아파트 문제 등을 원고가 집을 나와 돌아가지 않고 있는 또 다른 이유로 들고 있으나, 설사 그에 관한 원고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후 원고의 부모 스스로 원고 부부의 불화를 염려하여 원고를 억지로 끌고 가 피고에게 데려다 주며 울면서 화해를 설득하기까지 하였다는 점(제1심 증인 김□□의 증언, 기록 152면. 원고의 부모는 이를 혼인파탄 사유로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음을 보여준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하였다는 원고 주장의 불손한 행동 등 또한 혼인관계의 파탄을 초래할 정도의 것은 아니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원고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그 주장의 피고의 잘못과 그로 인한 부부간의 불화와 갈등이 모두 혼인생활 중 흔히 있을 수 있는 극복되어야 할 장애에 불과하다면, 원고로서는 마땅히 인내를 가지고 그러한 불화와 갈등을 애정과 신뢰로써 극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하는 것이지 이를 빌미삼아 스스로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그러한 노력을 다하지 아니한 채 서둘러 별거를 선언하고 집을 나온 이래 피고의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혼인생활을 계속할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수년간이나 집에 돌아가지 않고 있으니, 만약 현재 원,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면 그 파탄의 주된 책임은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원고에게 있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에게도 ‘원하지 않는 개업을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아파트를 매도하고 이사를 하는 등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아니하고 자신만의 입장을 고집함으로써 갈등을 대화와 이해로 슬기롭게 풀어가지 못하고 이를 더욱 심화시킨’ 잘못이 있다면서 이를 원고의 잘못과 대등한 정도의 혼인파탄사유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1997. 3. 경 수련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자 이를 계기로 원고에게 귀가를 설득하기로 하고 원고를 찾아갔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너와의 괴로운 만남이 더 이상 없기를 빈다’는 취지의 편지(기록 383면)만 보내온 사실, 그러나 피고는 포기하지 않고 원고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원고의 생일을 계기로 승용차를 선물하는 한편 개업을 하면 혹시 집으로 돌아올까 하여 병원을 차려주겠으니 집으로 들어와 개업하라며 개업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사실, 피고는 원고에게 개업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끝내 거부하는 원고를 설득한다는 것이 지나쳐 때로는 강권하다시피 하게 되기도 하고 한번은 원고가 선배 의사의 집에 숨어 문을 잠그고 만나주지 않자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등 다소 지나친 행동을 하기도 하였으나, 그 목적은 다른 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원고의 마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도록 하려던 데 있었던 것일 뿐인 사실을 알아 볼 수 있으므로, 개업권유 과정에서의 위와 같은 피고의 다소 지나친 행동을 가지고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할 정도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설사 그것이 혼인 파탄의 귀책사유가 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거듭된 설득과 권유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집으로 돌아오기를 거부한 원고의 귀책사유와 대등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귀가를 끝내 거부하자 1998. 3.경 원고에게는 알리지도 아니한 채 거주하던 아파트를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버린 사실을 알 수 있기는 하나, 이는 원고가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끝내 귀가를 거부하면서 혼인생활을 계속할 뜻이 없음을 밝힌 이후의 행위이므로 그 잘못을 원고의 잘못과 정도가 같은 것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라. 그렇다면 현재 원,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파탄상태에 빠졌다 하더라도 그 주된 책임은 어디까지나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원고에게 있다 할 것이므로, 유책배우자인 원고로서는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파탄의 책임이 경중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쌍방 모두에게 똑같이 있다고 보고 원고의 이 사건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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